NEWS

HOME NEWS
예술가 탐구
image
편지 구절로 살펴보는 빈센트 반 고흐의 삶

f475e62a10fc4f5ed5390e8cb63222a8_1510794623_8464.jpg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 1889년


나는 그림을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나이 27세. 적지 않은 나이에 화가가 되겠다고 붓을 들었다. 개신교 목사의 여섯 아이 중 장남으로 태어나, 가난한 자에게 설교하며 사는 것이 하늘이 내려준 자신의 일이라 믿어왔던 그였다. 하지만 진정한 신앙심과 보여주기 식 신앙심이 따로 있는 것이라면, 진정한 신앙심을 실천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면, 설교하는 일 따위 안 하느니만 못했다. 대신 그림으로써 가난한 자들 곁에 있겠다는 마음으로 새 삶을 시작했다. 설교를 하며 만난 가난한 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결국에는 ‘자연 속에서 자신의 그림을 찾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삶을 살아내었다. 



f475e62a10fc4f5ed5390e8cb63222a8_1510794725_4291.jpg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년


벌써 늦은 시간이지만 테오 네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 너는 여기에 없는데 난 네가 필요해.

고흐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거의 20년 동안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에게 테오는 ‘인생이라는 여행의 동반자’나 다름없었다. 늘 불안했던 고흐를 정신적, 물질적으로 지탱해준 것은 동생 테오와 자신은 ‘우리’라는 강한 결속력, 믿음이었다. 영리하면서 혁신적인 태도를 지닌 미술 중개상이었던 테오는 젊은 화가들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고흐와 세상을 연결해주었으며, 고흐의 작품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다. 테오에게도 고흐는 인생 대부분을 차지한 사람이라, 그가 세상을 떠날 때 테오의 충격은 컸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형의 회고전을 기획하던 그는 한순간 모든 의욕을 잃고, 고흐가 죽은 지 반 년도 지나지 않은 때 형을 따랐다.



f475e62a10fc4f5ed5390e8cb63222a8_1510794781_9052.jpg

<밤의 카페 테라스>, 1888년


색채는 그 자체로 무언가를 표현한다. 색채 없이 표현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색채를 사용해야 한다. 아름다운 것, 진정 아름다운 것은 옳은 것이기도 하다.

화가로서 고흐는 처음부터 색채에 강하게 끌렸다. 그 어떤 도구보다 화가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믿었기 때문이다. 색채야말로 감각의 도구이며 주관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타인과 그 내용을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고 믿었다. 일본 판화의 이론을 오랫동안 고심했고, 파리로 옮겨온 후 인상주의와 점묘주의 화가들의 과학적인 습작을 접하는 등 고흐 자신이 직접 겪고 깨달은 결과였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해석을 통해 표현하는 것, 그래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긍정적인 연관성을 확립하는 것, 색채를 통한 그림으로 고흐가 이루고자 하는 바였다.



f475e62a10fc4f5ed5390e8cb63222a8_1510794830_8749.jpg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내 변함없는 소원은 나 자신만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는 것이란다. 나는 색채와 구성에 의한 새로운 미술, 예술적 삶에 의한 새로운 미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믿고 있어. 그렇게 믿고 그림을 그린다면, 우리가 헛된 희망을 품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고흐는 젊었을 때부터 우울증, 공황장애, 신경증, 정서 불안 등을 앓았다. 자신의 귀마저 잘라버릴 정도로 불안정했던 그의 심리를 많은 사람들이 기이하게 여겼다. 설상가상으로 언제 발작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고흐를 정신병동으로, 고립으로 이끌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는 다르게 고흐가 진정 원했던 것은 ‘함께’하는 그림이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선배들로부터 배우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 노력이 거절당하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종국에는 ‘새 시대를 이끌 화가들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다짐은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그 다짐은 모두가 알다시피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f475e62a10fc4f5ed5390e8cb63222a8_1510794880_8989.jpg 

<감자 먹는 사람들>, 1885년


(매일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는 종종 내가 부자라고 생각한단다. 돈을 많이 가진 건 아니지만 나는 부자야. 왜냐하면 내 작품 속에서 나는 내가 열과 성을 다해 헌신할 수 있는 것, 나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의미를 주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지.

예술계에 편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 고흐의 삶은 외로웠다. 그림에 대한 열정과 자신만의 기법, 삶에 관한 태도 등으로 인해 반 고흐는 독특한 예술가로 보일 뿐이었다. 살아생전 무시를 당했던 반 고흐는 세상을 떠난 후에야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그에 관한 출판물이 쏟아졌고, 그의 일생은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작품과 삶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바, 반 고흐는 많은 것을 나눠줄 수 있는 부자였을지도.
 

예경뉴스 관련도서